종교인류학에 대하여

종교인류학이란 종교 현상을 인류학의 입장에서 해명하려는 학문이다. 연구의 주대상은 원시 종교이며, 엄밀히 말하여 역사적 원시 내지는 태고를 의미하는 종교와 현존하는 미개 민족의 종교를 포함한다.

1. 개념 및 정의

종교인류학이란, 인류 문화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연구하는 인류학의 학문적 전통에서 비롯된 종교 연구를 말한다. '종교'가 인류학의 중요한 연구 영역이 된 이유는 지리적, 역사적으로 다양한 사회들에서 초자연에 대한 믿음의 유형이 보편적으로 발견되며, 종교가 인간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 외에도 사회적, 문화적 맥락에 따른 믿음의 다양한 유형들에 대한 설명 또한 종교인류학의 연구 과제이기도 하다. 더욱이 종교 현상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면들은 사회의 제반 조건들 즉 생태학적, 경제적, 사회적 제도들로부터 개인들의 심리적 조건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들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류학적 종교 연구는 종교 현상을 훨씬 포괄적이고 총체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을 띤다. 인류학적 종교 연구의 중심 주제인 "영적 존재에 대한 믿음"이라는 고전적인 종교 정의를 비롯하여 학자마다 다양하게 정의된다.

문화를 환경에 대한 적응 기제와 통합적 구조로 보면 종교는 통합과 적응의 문화적 장치로서 연구할 수 있으며, 문화를 정치적 담론이나 사회적 드라마 혹은 역사 구성의 기제로 본다면 종교 행위와 종교 운동은 이러한 담론적 실천으로 연구할 수 있다.

 

2. 이론적 접근의 특성

인류학사의 맥락에서 종교에 대한 이론적 접근은 각각의 기본적인 문제의 틀에 따라 분류해보면 따로 만든 문헌 목록과 같다. 이론적 패러다임의 변천은 당대의 지적 도덕적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므로 문제 틀의 분류는 패러다임을 시간의 추이에 따른 변화와 일치한다. 밑에서 소개되는 다양한 이론적 패러다임은 연대기적 분류라기보다 확장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 종교 진화론

일반적인 종교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는 19세기 중엽 서구 휴머니즘과 기독교 문명을 정점으로 하는 역사주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입장이 가장 잘 드러난 이론적 접근을 진화론적 종교 연구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종교를 인간의 초자연적 경험에 대한 원시인들의 지적인 노력으로 이해한다는 점에서 주지주의적 접근으로 분류될 수 있다. 종교진화론은 19세기에 크게 유행했던 찰스 로버트 다윈의 생물진화론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는데, 진화 개념을 인간의 의식과 사회에 적용함으로써 형성되었다.

종교의 진화 과정에 대한 설명은 진화의 중심을 서구 사회 중심 종교인 그리스도교에 위치시킴으로써 서구 중심주의적 관점을 반영하고 있으며, 인류의 과학과 기술 문명의 발달과 함께 궁극적으로 종교는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으로 전개되었다.

일부 종교인류학자는 동시대에 발견되는 원시 사회를 인류의 초기 상태로 이해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단순한 가정에 불과하며, 종교진화론자들이 자료를 다뤘던 방법, 즉 특정한 믿음의 유형이 발견되는 원시 사회의 맥락을 무시한 채 진화론이라는 이론적 틀에 자료를 배치하는 방법 역시 비판한다. 이처럼 현대 종교인류학에서는 진화론적 종교 연구가 더 이상 설득력을 가지지는 못하지만, 그런데도 종교진화론의 시각에서 형성된 몇몇 개념이 인류학적 종교 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2) 기능주의 종교론

종교진화론이 종교의 기원에 대한 질문을 중심으로 형성된 것이라면, 기능주의 종교론은 '종교가 사회 혹은 인간의 심리 내에서 어떻게 기능하고 있는가?'라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으로 형성되어있다. 예를 들어 종교의 중요한 요소인 의례를 설명하는 기능주의적 방식을 보자면 의례는 인간의 출생, 성년, 혼인, 죽음의 의미를 확인하고 설명하는 체계이며 다른 사회적 제도들과 기능적 관계를 맺는 것으로 설명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종교의 믿음 체계 역시 다른 제도들과의 관계 속에서만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해석한다.

3) 상징주의 종교론

1960년대에 주된 이론적 패러다임을 형성한 의례적 상징주의에서는 의미의 전달체로서의 상징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는데, 상징이 어떻게 사회적 행위를 유발하는지 내지는 어떻게 개인적이며 공식적인 의미를 가지고 표현하는지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의미가 상징에 내재한다기보다는 특정한 집단의 사람들이  그상징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생성되는 것으로 이해한다.

 

3. 주요 연구 영역 및 접근 방법

1) 주요 연구 영역

다른 분야의 종교 연구자들이 기독교, 유대교, 불교 등과 같은 역사 종교에 관심을 가지는 것과 달리 종교인류학자들이 주로 관심을 가지는 구는 종교 분야는 원시 종교나 토착 신앙, 구술 전통의 종교 유형들이다. 앤터니 잭슨은 인류학적 종교 연구 주제와 내용은 네가지로 나누고 있는데, 첫 번째는 원시적 혹은 토착적 사유를 주제로 믿음, 합리성, 분류 체계의 문제들을 논의하며, 두 번째는 생각과 감정의 소통이라는 주제로 상징, 신화, 그리고 의미를 고찰한다. 세 번째는 종교 이론에 대한 연구로써 종교적 논저들이 분석되며, 종교적 실천인 의례 행위들을 연구하며, 마지막으로 의례적 실천에 부수적으로 행하는 주술이나 엑스터시, 빙의, 영매 현상 등을 설명한다.

위와 같은 연구 주제들 이외에도 종교인류학의 연구 영역은 조상숭배, 민간신앙, 샤머니즘, 사회변동에 따른 종교 혼합의 문제 등을 포괄한다. 예컨대 사회 변동에 따른 종교 혼합의 문제를 다루면서 서구 문명이 비서구사회의 전통적인 종교체계에 미치면서 나타난 신종교, 천년왕국운동, 유령춤 운동, 화물숭배 등에 대한 연구는 종교인류학적 연구의 영역과 경향을 잘 보여준다.

2) 접근방법

종교인류학자는 종교를 '그 자체로 고립된' 형이상학적인 현상 및 체계가 아니라 사회의 문화 속에서 형성된 것으로 본다. 종교의 교리나 경전 중심의 연구보다는 실천적 차원에 초점을 맞추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으며, 종교의 의미를 사회 문화적 맥락에서 접근해 해당 사회의 사회구조, 경제체계, 역사, 국제 관계에 따라서 종교적 실천과 의미가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되는지에 대한 총체적 연구를 그 특징으로 한다.

종교인류학자들이 특별한 이론적 패러다임에 관심이 있더라도, 현지 조사를 하는 동안에는 될 수 있으면 이론적 가설을 배제하려고 노력한다. 특정한 가설 때문에 현지에서 연구자의 시선이 고정되어 자료를 선택적으로 취합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지 조사를 하는 동안에는 가능한 가치판단을 유보한 채 자료를 모으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현지조사를 시작하면서 가졌던 연구 주제와 전혀 다른 방향의 연구 결과가 산출되기도 한다. 하지만 연구자에게는 현지 조사를 통해 취합된 자료들이 어떠한 맥락에서 발견된 것인지, 연구자의 개입이 현지인의 사고와 자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자기 반성하는 사고 역시 요청된다.

 

종교인류학에 대하여 알아 보았다. 다음은 심리인류학에 대하여 알아보자.